[이슈분석] 중국판 디지털화폐, 달러의 ‘아성’에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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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Pixabay

최근 페이스북이 자체 암호화폐 리브라(Libra) 구상을 밝히고 이에 대한 각 금융당국의 우려가 여러 차례 제기되면서 ‘디지털 화폐’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리브라가 공개된 직후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난 5년간 자체 디지털화폐를 개발해온 사실을 공개하고 리브라보다 먼저 서비스를 출시하겠다고 선언했다.

전문가들은 이 중국발 디지털화폐가 중국 내 결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 달러가 주도하고 있는 세계 금융 경제 시스템에 위안화의 영향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금융 시스템에 큰 변혁을 가져다줄 수 있는 중대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리브라를 계기로 구체화된 발행 계획
중국은 지난 2014년부터 디지털화폐에 대해 검토해 왔지만 한동안 그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8월 인민은행의 무창춘(Mu Changchun) 디지털화폐 부장이 “자체 디지털화폐가 이미 준비됐다”고 밝히며 중국의 디지털화폐 구축 사실을 구체화했고, 일부에서는 오는 11월 11일 이 디지털화폐가 발행될 것이란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11월 11일은 중국의 ‘독신자의 날(광군제)’로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와 같은 중국 최대 쇼핑 시즌이다. 이때 중국 정부가 구축한 디지털화폐 이용이 가능해진다면 파급력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판 디지털화폐의 가장 큰 특징은?
리브라는 비트코인처럼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되는 암호화폐이지만 중국발 디지털화폐는 위안화의 가치가 담보되는 ‘스테이블코인’이다.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의 디지털화폐가 더블 레이어 구조의 시스템을 이용해 현재 유통되고 있는 지폐와 동전과 같은 기능을 제공하고, 나아가 이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고 정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법정통화인 위안화를 1대 1로 연계해 인민은행과 상업은행, 은행과 소매시장 참가자를 각각 연결하는 2층 구조로 되어 있다고 바이낸스는 설명했다. 첫번째 층은 통화 발행 및 상환을 위해 인민은행과 상업은행을 연결하고, 두번째 층은 상업은행과 광범위한 소매 시장을 연결하게 된다.

또 중국판 디지털화폐는 익명성이 보장될 전망이다. 바이낸스는 첫번째 네트워크에서 금융기관은 실명으로 등록되지만 2번째 네트워크에서의 송금은 사용자의 관점에서 보면 익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이낸스는 중국 디지털화폐의 최종 목표를 ‘관리 가능한 익명성 실현’이라고 강조했다.

IT미디어, 코인초이스 등 외신들도 중국이 구상 중인 디지털화폐에 대해 “위안화 기반으로 익명성이 보장되고 자유롭게 송금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한정되어 있어 개인은행 예금과 연결되는 기존의 전자 화폐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며 유통되는, 현금 통화를 대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리브라보다 먼저 발행하려는 이유는?
그렇다면 왜 중국 정부는 왜 리브라 구상 발표를 계기로 디지털화폐 발행 사실을 공개했을까. 이들은 리브라 등을 필두로 한 디지털화폐가 가진 잠재력이 상상 이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현재 각국 금융당국은 리브라에 대해 테러자금이나 자금세탁에 악용될 수 있다며 강력한 규제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각국의 주장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물론 익명성이 높은 디지털화폐가 전 세계로 유통되면 테러자금으로 악용될 소지는 있다. 하지만 이론상으로 보면 암호화폐를 포함한 디지털화폐는 현금과 달리 그 행방을 모두 추적할 수 있다. 정리하면 현금만큼 익명성이 높고, 범죄와 테러에 악용되는 결제 수단은 없다는 얘기다.

각국 금융당국이 정말 두려워하는 건 자금세탁이 아닌 리브라와 같은 디지털화폐가 중앙은행이 가진 거대한 이권을 위협 할 것이란 점이다.

실제 현대의 금융시스템은 중앙은행이 통화를 중앙에서 관리하고 산하의 민간은행을 통해 돈의 유통을 제어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는 중앙은행을 선두로 한 은행에 의한 일종의 산업 지배 시스템으로 중앙은행이 마음만 먹으면 그 나라의 경제를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디지털화폐가 유통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중앙은행의 통제 하에 놓여있지 않은 자금의 비율이 늘어나면 금융 정책의 효과는 줄어들고 중앙은행이 가진 권력도 사라지게 된다.

그렇다면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를 개발한다면 어떨까. 디지털화폐의 장점을 모두 갖춘 채 중앙은행의 ‘권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지는 않을까. 여기에 리브라보다 먼저 발행된다면 ‘선점’이라는 타이틀도 얻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필자는 중국이 디지털화폐를 내놓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위안화와 패깅되므로 위안화의 위상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나아가 달러의 아성에도 도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통화 패권’의 영향력은 거대하다
현재 글로벌 무역 거래는 대부분 달러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수출대국 안에 포함되는 ‘수출강국’이지만 국제 무역에서 우리 제품을 원화로 구입하는 고객은 없다. 대부분의 기업은 달러로 대금을 받고 금융기관을 통해 원화로 분류해야 한다.

각 기업들은 해외 기업과 거래를 하려면 달러를 소지해야 한다. 미국이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상의 모든 거래가 달러로 제어된다는 ‘통화 패권’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 송금 부문도 마찬가지 룰이 적용된다. 은행 간 송금 네트워크는 달러 기준으로 구축된 시스템이며 해외 송금이 이전보다 간단해진 이유는 달러가 대중화된 게 결정적인 요인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통화 패권국은 돈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만으로 전 세계의 정세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달러의 패권이 지속되는 한 미국은 각국 금융기관을 통해 첩보나 정치자금 등 전 세계의 정보를 모두 수집할 수 있다.

만약 중국이 디지털화폐로 미국에 준하는 금융 패권을 구축하는데 성공한다면 미국에게 큰 위협이 될 게 뻔하다. 따라서 중국은 이미 미국의 아성에 공개적으로 도전장을 내민 셈이 됐다.

다만 이에 대한 상반된 의견도 여럿 있다. 우선 중국 정부가 만드는 디지털화폐가 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이라는 주장이 억측에 불과하다는 의견이다.

중국의 디지털화폐가 위안화에 패깅되는 스테이블코인이어서 달러의 아성에 도전하려면 달러보다 더 많은 양의 위안화가 시장에 통용되고 있어야 하는 데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반대론자의 의견이다.

또 리브라와의 경쟁을 위해 디지털화폐를 발행한다는 점도 지나친 해석이라는 목소리가 있다. 중국에서 페이스북 사용이 금지되어 있어서 경쟁 자체가 아예 불가능하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에서든 중국이 디지털화폐를 발행한다면 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상당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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