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② 바닥 없는 하락장, 원인은 스캠 ICO들과 생태계 불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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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장. 스캠의 해, 2018년

via nullTX.com

퍼블릭 블록체인 산업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부끄럽고 민망한 이야기이지만, 2018년은 ‘스캠의 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일단 2017년말부터 불어닥친 ICO 열풍으로 엄청난 스캠 프로젝트들이 등장했다. 2017년 중반까지, ICO는 어느 정도 공개적인 기술평가를 거친 프로젝트들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ICO 시장은 아직 대중화되기 전이었고, 암호화폐 커뮤니티에는 블록체인과 암호학 지식을 어느 정도 갖춘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개발된 코드를 직접 리뷰할 수 있는 개발자들도 제법 많았다. 적어도 글로벌로 공개되어 있는 ICO 시장에서 제대로 된 기술 로드맵이나 개발 경력을 증명할 수 없는 프로젝트들은 어느 정도 걸러지는 자정작용도 있었다.

그런데 2017년 중반 이후 세간의 관심이 암호화폐 산업으로 집중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via 한국경제 박상용 기자 힉스코인 취재 기사

스캠 현상은 이 산업에 뛰어든 플레이어들, 개발 그룹(혹은 개발 그룹을 사칭한 자들), 개인투자 그룹, 암호화폐 전문 투자자들, 그리고 새롭게 진입한 기존 VC들, ICO의 구조를 설계해주고 컨설팅해준 컨설턴트 회사들을 포함해 거의 모든 산업군에서 벌어졌다. 여기서 손해를 본건 진지하게 개발해온 그룹들 그리고 전통적으로 가치투자를 했던 암호화폐 커뮤니티들, 블록체인의 기술적 전망에 투자를 했던 좀 아는 개인들, 멋모르고 들어온 개미들이다.
아마도 스캠인지도 모르고 이 신기한 흐름에 참여하신 분들도 많을 것이다.
필자 역시 이 흐름에 일조했다. 2017년 중반 이후로 여러 곳에서 강연 등을 의뢰받아 블록체인 기술이 주는 설레임과 암호화폐 산업의 가능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 산업에 대해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했으니 말이다.
변명 삼아 이야기하자면 어떤 측면에서 새로운 산업과 기술이 출현하는 시점에 버블은 피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via Blockinpress

초기 인터넷이 성장할 때도, 유전자 관련 산업이 성장할 때도, 바이오 산업이 성장할 때도 거품이 있었다.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낼 새로운 가능성들,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낼 미래가치는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조금 관심이 집중되면 언론의 조명을 받으면서 눈덩이 효과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암호화폐의 버블 역시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게다가 암호화폐 산업은 기존의 스타트업들이 손을 대기 쉽지 않았던 금융 시스템 자체, 화폐 시스템 자체를 직접 다루는 산업이니 그 미래가치는 현존하는 산업의 빅 플레이어들과 비교해도 전혀 꿀릴 것이 없다.
더구나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산업은 그 성격상 기존의 금융 시스템과 경제 시스템 나아가 사회 시스템까지 바꾸어버릴 수 있는 파괴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기에, 이 산업에 대한 기대치가 한껏 부푸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2018년은 조금 심했다.

그 후유증이 지금 한꺼번에 터지는 중이다. 각 영역에서 벌어진 스캠스런 일들을 나열하자면 다음과 같다.

via ETH News

첫번째로, 개발 능력이 없거나 개발 의지가 없는 스캠 프로젝트들이 순식간에 너무 많이 쏟아졌다.
한 번 해본 사람이라면 30분이면 뚝딱 토큰 하나를 만들어낼 수 있는 ERC-20 기능을 이용해 수많은 토큰들이 쏟아져 나왔다. 자체 기술력 없이 비트코인을 포킹해서 암호화폐를 만들려면 그래도 몇 천만원 정도 용역비를 주고, 이후 노드 열대라도 돌려야 했다. 그러나 ERC-20은 이러한 과정조차 필요 없다. 튜토리얼을 보면 웬만한 개발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알못’인 필자도 어떤 교육 과정에서 ERC-20 토큰을 만들어본 적이 있을 정도다.
이더리움의 간단한 토큰 발행 기능은 기존 산업에 있던 사람들이 블록체인 산업에 진입하는데 별 다른 장애가 없는 것처럼 느끼도록 만들어버렸다. 그래서 의도적인 스캠이든 의도하지 않은 미필적 고의의 스캠이든 엄청나게 많은 스캠 프로젝트들이 쏟아졌다. 비탈릭은 ICO 시장이 왜곡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지만, 이더리움 자체가 ICO 플랫폼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남탓을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via Ethereum : Dapp Ecosystem Booms

두번째, 2017년 말부터 폭증한 ERC-20 기반의 ICO는 이더의 수요를 급증시키면서 이더리움과 암호화폐 산업 전체의 폭등을 이끄는 주요 기제로 작용했다.
11월 25일 기준 이더리움 스마트 컨트랙트에 등록된 ERC-20 프로젝트는 총 147,344개이고, 코인마켓캡에 등록된 ERC-20 토큰은 1,028개이다. 전체 코인의 절반을 ERC-20이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폭증한 ERC-20 토큰 기반의 ICO는 시장에 폭탄으로 되돌아온다.
암호화폐 거품이 꺼지면서 이더 가격이 떨어지고, 일부 토큰 보유자들이 가지고 있던 이더를 시장에 던지면서 가격 하락을 부추겼고, 이것은 다시 또 다른 이더 보유자들의 투매를 불러 일으켰다. 이렇게 악순환 구조가 형성되면서 이더의 가격 하락은 암호화폐 산업 전체의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아직 얼마나 더 많은 이더 물량이 남아있는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러한 악순환 구조는 이더로 ICO를 한 프로젝트들에서 나와야 할 물량 전체가 다 나오지 않으면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시장 불안 요소는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via COSINT report

세번째, 2017년 3/4분기부터 기관투자자들이나 전통적인 사모펀드들이 암호화폐 산업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그 중 일부는 진지하게 암호화폐 산업에 진입했지만, 많은 투자자들은 폭등하는 암호화폐 가격에 단기 수익 혹은 초단기 수익을 기대하고 시장에 진입했다.
이들 중 일부는 아주 나쁜 짓들을 했다. 이들은 신규 ICO 프로젝트에 초기에 참여해서 많게는 90%의 디스카운트를 받으며 토큰을 대량 선구매한 후 ICO가 시작되는 시점에 개인들에게 두배에서 대여섯배의 가격을 받으며 토큰을 떠 넘겨버렸다. 불과 한두달 사이에 몇배의 수익을 챙기고 탈출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또 다른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또 한두달 사이에 몇배씩 남겨 먹었다. 이러한 속사정을 모르는 개미들은 유명한 VC가 투자한 프로젝트라는 말만 믿고 그 토큰들을 떠안았다.
또한 상당수의 VC들은 토큰 상장 직후 가격을 뻥튀기 한 후 털고 나갔고, 그 물량을 영문 모르는 개미들이 떠안았다. 메뚜기처럼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기관 투자자들의 ‘개미 털기’에 개인들은 탈탈 털리고 만 것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이렇게 쪽쪽 빨리면서 시장에 투자 여력을 가진 이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 게임에 빨려든 개미들에게 남은 선택지란 지금이라도 손절하고 나가던지 아니면 시장이 우상향하기를 기다리며 그저 ‘존버’하는 수밖에 없다.  

네번째, 시장에 초기에 참여한 크립토펀드들 중 운 좋게 초기에 법정화폐로 자금을 인출한 곳들을 제외하고 암호화폐를 들고 있던 곳들은 심각한 재정 고갈 상태에 직면해 있다. 보유하고 있던 암호화폐 자산이 많게는 1/10 이상 토막이 났기 때문이다.
또한 과감하게 투자했던 프로젝트들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언제 자금을 회수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는 곳들도 많다. 그래서 초기에 들어온 크립토 펀드들 중 상당수가 혹독한 겨울을 맞고 있다. 이름만 들으면 다 알만한 어느 크립토 펀트는 돈이 없어 자금을 구하러 다닌다는 소문이 들릴 정도다.

다섯번째, 터무니 없는 거래소 상장 비용과 거래소 자체 코인의 등장은 거래소의 에코시스템과 신뢰도를 완전히 망가뜨려 버렸다. 거래소의 본래 비즈니스는 거래를 중개하고 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수수료 모델은 거래소가 지속하는 한 영속하는 모델이다.
그런데 거래소가 수수료를 버리고 코인을 발행해서 코인 자체로 수익을 추구하거나 상장 장사를 하는 순간 거래소 비즈니스는 망가지기 시작한다. 보스코인이 접촉했던 어떤 거래소는 한창 때 상장 비용을 100억을 부른 거래소도 있었다.
이런 방식으로 순간적으로 돈을 벌 수는 있다. 그러나 단지 반짝하고 끝날 뿐이다. 그리고 그 역효과는 거래소 산업 전체 그리고 암호화폐 산업 전체에 미친다.

최근 유행했던 거래소 코인 역시 마찬가지다.

via 유튜버 김새벽 Dawn Lab

필자는 거래소들이 자기 코인을 발행해서 수수료를 배분해주는 모델은 충분히 가능한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거래소가 벌어들인 수익의 일부를 사용자들에게 나누어주는 모델로 지속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면, 사용자들과의 상생 및 수익 분배 모델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 거래소 비즈니스에 토큰 이코노미가 적용되면서, 부가 다수에게 분배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래소 토큰 이코노미는 그 시작이 어설프더라도 이미 작동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거래소들의 일반적인 사업 모델로 자리잡을 것이다.
그러나 거래소의 토큰 이코노미가 Fcoin처럼 사용자들을 일시에 끌어들이기 위한 파괴적인 마케팅 도구로만 설계된다거나, 거래소 운영자들이 자신들이 발행한 코인 자체로 수익을 얻으려고 하는 순간 거래소 자체가 망가진다. 거래소 코인이 경쟁적으로 쏟아지자, 코인판 죽돌이들은 신생 거래소에서 에어드랍하는 코인을 받아 순식간에 수익을 실현한 후 다시 다른 신생 거래소 코인을 받으러 가는 등, 메뚜기 전략으로 대응했다. 거래소 코인이 핫한 아이템으로 떠올랐던 2018년 8월과 9월 두달 정도는 코인 시장이 우후죽순 쏟아지는 거래소 코인들로 유지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어설프게 설계한 거래소 토큰 이코노미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된 이후, 거래소 토큰 열풍은 가라앉고 말았다. 결국 거래소들은 사용자들을 확보하지 못했고, 체리 피커들만 양산한 것이다.

여섯번째, 아직까지 마땅한 비즈니스 모델이 없다는 것 역시 하나의 원인으로 지적될 수 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블록체인 산업이 침체되는 원인 중 하나로 비즈니스 모델의 부재를 꼽을 것이다.
필자는 이 말에는 원론적으로 동의하지만 기술 로드맵 기준으로는 동의하지 않는다. 현재 블록체인의 처리 성능은 제대로된 비즈니스 모델이나 활용처가 붙을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모델이 붙기 위해서는 일단 블록체인이 다만 100만명의 사용자라도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처리 속도로 보자면 초당 최소 수백에서 수천 정도는 되어야 서비스를 붙이네 마네 할 수 있는 것이다.

적어도 현재 시점까지는 블록체인 기반의 서비스를 논하기에 시기상조다.

덧붙여 성능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라인, 카카오 등이 시도하고 있는, 프라이빗 플록체인 기반 위에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겠다는 것도 대안이 되지 못한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공공 서비스나 은행 등에서 자체 서비스를 위해서 사용하는 용도로는 충분히 사용할 수 있지만, 이것을 기반으로 토큰 이코노미를 작동시키거나 사용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냥 중앙 서버에서 돌리면 될 일이지, 굳이 그것을 ‘프라이빗 블록체인’으로 해야 하는지 설명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판을 인지한 것일까?
카카오는 내년도에 퍼블릭 블록체인을 오픈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런데 퍼블릭 블록체인과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기술도 작동 로직도 다르다. 파트너들이 많다고 금방 블록체인 비즈니스들이 활성화될지는 미지수다. 기술도 운영도 비즈니스 모델도 어느 정도의 학습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까지 2018년 산업 전체가 스캠화 되어버린 이유들을 살펴보았다.

지금 보여지고 있는 결과를 바탕으로 원인을 역추적해보니 지금의 시장 침체가 어느 정도 이해된다.

원인은 어느 한군데 있지 않다.

2018년 초 비트코인이 최고점을 찍은 후, 지나치게 많이 쏟아진 이더리움 기반 ICO들, 기관투자자들 혹은 세력들의 개미 털기, ERC-20 기반 프로젝트들의 이더 던지기, 밑천을 털려버진 크립토 펀드들, 순식간에 몰락한 거래소 코인들이 만들어낸 부담들이 누적되면서 2018년 하반기에 그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고, 시장은 우하향하면서 횡보하는 상태로 접어 들었다.
적어도 비트코인 캐시가 암호화폐 시장에 ‘빅엿’을 던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이러한 과정들은 결국 겪어야 하는 것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블록체인 기술이 가진 미래의 전망은 화려하고 기존 산업 전체를 위협할 정도로 파괴적이지만, 기술은 아직 미성숙하고 시장의 룰도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 이 산업에 들어와 있는 플레이어들도 이것으로 무엇을 해야하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직 다 모르는 상황이다.

via CCN

한국 정부는 무엇을 어떻게 규제해야 하는지 감을 잡지 못한 채, 뒷짐지고 바라보고 있다. 발빠르게 유행을 캐치한 사기꾼들과 도박꾼들이 활개치기에 딱 좋은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은 개발자들도, 개인 투자자들도, 기관투자자들도, ICO를 도와준 컨설팅 업체들도, 정부도 규제기관도 하나씩 배우면서 해나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 학습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크다.  

(3장에서 계속….)
<- [긴급진단] ① 바닥 없는 암호화폐 하락, “쓸만한 서비스가 없다”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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